"저 세상 문턱 넘을 수도"…천장 뚫고 600마리 쏟아낸 말벌 사냥꾼의 사투
노란 고무장갑을 낀 손이 집게를 이용해 끈이 달린 물체를 잡고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평온하던 일상을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넣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말벌이다. 집 안 천장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날갯짓 소리나 마을 길목을 점령한 거대한 벌집은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한다. E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말벌의 습격이 시작되는 이 시기 전국을 누비며 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말벌 사냥꾼'들이 있다.
천장 속 숨은 거대 벌집, 내시경까지 동원된 정밀 작전
경상북도 상주의 한 가정집. 집 안 천장에서 말벌이 나온다는 긴급한 신고를 받고 사냥꾼들이 출동했다. 처음에는 벌이 몇 마리 안 될 줄 알았으나, 집을 비운 사이 벌의 숫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작업자들은 정확한 벌집의 위치를 알기 위해 내시경까지 동원했다. 내시경을 통해 드러난 천장 안쪽에는 무수한 말벌이 뒤엉켜 있는 벌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말벌은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을 좋아해서 건물과 집에서 자주 출몰하는 특성이 있다. 작업자들은 벌집의 입구부터 드나드는 통로까지 완전히 봉쇄하는 '왜막' 작업을 먼저 진행한다. 이는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벌이 들어오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다. 이후 천장에 구멍을 뚫어 본격적인 제거 작업에 들어간다. 모든 작업은 2인 1조로 진행되며, 한 명은 성난 말벌을 잡고 다른 한 명은 천장에서 벌집을 꺼내는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 벌집을 제대로 꺼내지 않으면 나중에 작업이 끝나고도 벌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획된 말벌은 즉시 그 자리에서 살충제를 뿌려 처분한다.
천장을 뚫고 드러난 벌집의 크기는 무려 사람 머리의 두 배에 달했다. 작업자들은 땀 범벅이 된 채 벌집을 수거했다. 작업 후에는 뜯어낸 천장을 목재로 보강해 깔끔하게 마감한다. 작업자는 항상 위에서 천장을 마감할 수 있도록 마감재 크기에 맞춰 나무판을 재단해 두는 등 세심한 공정을 거친다.
"600마리 쏟아졌다"…장수말벌의 역습과 긴박했던 현장
말벌 퇴치 시즌인 8월부터는 하루에 300km에서 800km까지 이동하며 전국을 누빈다. 최근에는 포항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장수말벌을 제거하기 위해 긴급 투입됐다. 이곳은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가는 길목이라 주민들이 장수말벌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고, 급기야 길을 제대로 다니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작업자들은 페트병의 위아래를 잘라 즉석에서 만든 간이 포행망을 이용해 공격적인 말벌들을 먼저 잡아내려 시도했다. 하지만 벌집을 가리고 있던 판자를 걷어내자, 무섭게 튀어나오는 장수말벌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사냥꾼조차 당황할 정도의 상황에서 성난 말벌떼가 몰려들자 작업자들은 매미채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영상 속에서는 장수말벌의 위험성에 대해 "저 세상 문턱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전해진다. 30여 분간의 사투 끝에 발견한 벌집은 현재 5단 정도 쌓여 있는 거대한 규모였으며, 영상에서는 벌집 조각이 날아다니는 모습도 확인된다. 현장에서 포획된 말벌은 약 600마리에 달했다. 작업자들은 잡은 벌들을 즉시 알코올에 넣어 기절시키며 작업을 이어갔다.
기후 변화가 키운 위협, 등검은말벌과의 전쟁
양봉 농가에 치명적인 '등검은말벌'과의 전쟁도 계속된다. 꿀벌을 먹이로 삼는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은 기후 변화의 여파로 활동 기간이 길어지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기 때문에 이를 퇴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드물다는 점이 난관이다.
등검은말벌의 집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한 마리를 생포하여 다른 벌과 구별되도록 표식을 한 뒤 날려 보내는 전략을 쓴다. 영상에서는 작업자가 생포한 벌을 향해 "자, 날아가. 저쪽으로 날아가"라고 말하며 벌이 집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추적해 위치를 파악하는 모습이 담겼다.
보호복 안은 선풍기를 틀어도 찜통처럼 뜨겁고, 작업자는 "한 다섯 방 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작업 비용은 산소 쪽은 약 30만 원 정도, 천장 타공 등이 포함된 주택 작업은 약 50만 원 선에서 이루어진다. 손에 쥐는 일당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사냥꾼들은 말벌의 위협으로 밤잠을 설치는 이들을 위해 오늘도 다음 현장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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