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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하다"라는 말에 놀란 이탈리아 셰프, 3,000년 전 탄화된 쌀 마주한 사연

이탈리아 셰프 파브리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방문해 3,000년 전 탄화미부터 한국 특유의 반찬 문화까지 한식의 역사와 철학을 탐구했다.

"밥값 하다"라는 말에 놀란 이탈리아 셰프, 3,000년 전 탄화된 쌀 마주한 사연
▲ 박물관 내부에서 정면을 응시하며 서 있는 남성.

이탈리아 출신의 파브리 셰프가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을 품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한국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밥상의 역사와 철학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음식, 자연, 그리고 삶'을 개최했으며, 해당 전시의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파브리 셰프와 김민철 학예사가 함께 전시를 둘러보는 영상을 공개했다.

"밥값 하다"라는 표현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

전시장에 들어선 파브리 셰프가 가장 먼저 흥미를 느낀 것은 한국어의 독특한 표현이었다. 전시장 곳곳에는 '밥값을 하다', '밥값 못하다'와 같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밥 관련 표현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파브리 셰프는 "이탈리아에는 저런 표현이 없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한국에서는 식사 여부를 묻는 것이 단순한 질문을 넘어 인사의 의미를 담고 있을 만큼, 먹는 행위가 삶의 중요한 상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시는 3,000년 전의 흔적부터 시작된다. 전시된 유물 중에는 약 3,000년 전 농경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불에 탄 쌀(탄화미)'이 있다. 쌀을 주식으로 삼으며 농촌 커뮤니티와 '우리'라는 사회적 결속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어지는 농사 과정을 담은 병풍은 모내기부터 수확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한국 식문화의 근간이 된 농경 중심의 삶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국과 찌개는 '디폴트', 반찬 개수로 결정되는 첩수

한국 전통 상차림의 특징인 '첩수'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도 이어졌다. 오첩, 칠첩, 구첩 반상으로 불리는 상차림에서 국과 찌개는 개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영상 속 설명에 따르면 국과 찌개는 상차림의 기본값, 즉 '디폴트(Default)'로 간주된다. 본격적인 반찬의 개수를 셀 때부터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통 가옥에는 서구식 다이닝 룸(Dining room) 개념이 없었기에, 음식을 옮기기 위한 '소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전시된 소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냈다. 강아지 다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개다리소반'부터, 호랑이 다리를 닮은 '호족반'까지 자연의 형상을 닮은 나무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한국 식문화의 핵심인 '나물'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한국어 사전에는 '나물'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표현이 250가지가 넘을 정도로, 한국인의 식탁에서 채소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김치의 비결은 '동물성 재료', 1,700년 전 장의 흔적

발효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도 진행되었다. 특히 김치의 경우, 동물성 젓갈을 섞어 풍미를 더하는 방식이 한국 김치의 독특한 특징으로 소개되었다. 전시된 책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김치 제조법이 기록된 자료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학술적 가치를 더한다.

장(醬) 문화의 뿌리를 보여주는 유물도 눈길을 끈다. 약 1,7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매주(醬)'의 흔적은 불에 타 탄 형태로 남아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인이 장을 만들어 사용해 왔음을 증명한다. 한식의 핵심 양념인 간장과 된장이 만들어지는 근원을 보여주는 이 유물은 외국인 셰프에게도 한식의 깊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파브리 셰프는 "한식을 더 깊이 배우고 싶어 한국에 왔는데, 오늘 전시를 통해 한식과 더 사랑에 빠졌다"며 소감을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번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은 오는 2026년 10월 2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제2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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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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