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简体中文
2026.09.22 (화) 국내외 이슈 전문지
속보 18명에서 2400명으로, 한 사제와 거인의 만남이 일궈낸 50년의 기적
홈 › 문화 & 라이프
문화 & 라이프

회색빛 산업 유산의 변신, 제천 신백동을 채운 '시멘트 라떼'와 '벽돌 빵'

야외에서 시멘트 모양의 빵과 음료를 앞에 두고 웃고 있는 인물

임도현
입력 2026.09.22 11:15
회색빛 산업 유산의 변신, 제천 신백동을 채운 '시멘트 라떼'와 '벽돌 빵'
▲ 야외에서 시멘트 모양의 빵과 음료를 앞에 두고 웃고 있는 인물

회색빛 가루가 날리는 공사 현장을 상상하던 사람들에게 제천 신백동에서 열린 축제는 낯설고도 달콤한 경험을 선사했다. 한때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쇠락한 산업 유산을 현대적인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한 '제1회 제천 시;멘트 축제'가 그 주인공이다.

사양 산업의 흔적, 지역의 '기억 자산'이 되다

제천 신백동은 과거 시멘트 산업의 번영과 함께 활기를 띠었던 곳이다. 인근 단양, 양쌍룡, 영월 등 석회암 지대의 풍부한 원료를 바탕으로 1960년대 시멘트 수요가 급증하던 시절, 제천에는 대규모 시멘트 공장들이 들어섰다. 당시 시멘트 산업은 제천의 경제와 생활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었다. 교통 조건이 좋아 산업이 활성화되었고,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며 번성했다.

영상에 따르면, 과거 시멘트 공장 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마을은 지금도 주민의 상당수가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1980년대 당시 시멘트 관련 일을 하던 사람들이 조합을 만들어 집을 똑같이 지어 이주해 왔는데, 현재 신백동 거주자의 약 3분의 1은 당시부터 거주해 온 사람들이라고 전해진다. 한때는 시끌벅적했던 마을이었으나, 주력 산업이었던 시멘트 산업이 쇠퇴하며 젊은 층이 떠나고 마을은 점차 고요해졌다.

이번 축제는 이렇게 사라져가는 지역의 산업 유산을 단순한 과거의 잔재로 두지 않고, 주민과 청년 예술가, 지역 상인이 힘을 모아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사회에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안전모 쓰고 즐기는 중장비 체험과 예술적 변신

축제 현장은 시멘트라는 소재를 위트 있게 풀어낸 요소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안전모를 쓰고 중장비 조작 체험에 몰입했다. 포크레인으로 모래를 푸고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산업 현장의 도구를 놀이의 수단으로 즐겼다. 딱딱하고 거친 이미지의 시멘트와 중장비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콘텐츠로 변모한 순간이다.

시멘트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예술적 시도도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는 시멘트의 색감과 질감을 모티브로 삼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특히 아이들이 안전모를 도화지 삼아 꽃과 별을 그리는 모습은, 차가운 산업의 상징이었던 안전모가 따뜻한 예술적 매개체로 바뀌었음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는 안전을 위해 안전모 착용을 권장하며, 아이들이 직접 꾸민 안전모를 쓰고 체험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삽으로 떠먹는 '벽돌 빵'과 고소한 '시멘트 라떼'

가장 독특한 풍경은 축제의 먹거리에서 나타났다. 시멘트의 재료인 모래와 석회 가루를 연상시키도록 미숫가루와 흑임자를 활용한 '시멘트 라떼'는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흑임자 라떼와 미숫가루를 합친 이 음료는 이름만큼이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구현하며, 마치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시각적 반전이 돋보인 '벽돌 빵' 역시 화제였다. 겉보기에는 투박한 벽돌처럼 생겼지만, 입안에 넣으면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빵을 먹는 방식이다. 축제 현장에서는 작은 삽을 이용해 빵을 떠먹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시멘트라는 주제를 미각과 촉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회색빛 산업 유산이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달콤한 웃음을 주는 문화적 자산으로 거듭난 현장이었다.

#제천 #신백동 #제1회 제천 시;멘트 축제 #시멘트 라떼 #벽돌 빵 #산업 유산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기자의 다른 기사 ›

관련 기사

"입안에서 녹아요" 꿀맛 쏟아지는 충주 산척면 고구마 수확 현장

"입안에서 녹아요" 꿀맛 쏟아지는 충주 산척면 고구마 수확 현장

2026.09.22
연극배우에서 오지 여행가로, 정선 산골 흙집이 간직한 70년의 시간

연극배우에서 오지 여행가로, 정선 산골 흙집이 간직한 70년의 시간

2026.09.21
넉달간의 공사 끝에 마주한 별과 달, 폴리나의 담양 새집 완공기

넉달간의 공사 끝에 마주한 별과 달, 폴리나의 담양 새집 완공기

2026.09.21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