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900억 벌어도 적자 551억, 강원도를 겨냥한 '재정 시한폭탄'의 실체
통행료 수입 900억 원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이자 지급과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551억 원의 적자가 쌓인 미시령터널 사례를 통해, 지자체의 부실한 민자사업 유치가 초래할 재정 위기를 분석한다.
강원도 인제와 속초를 잇는 미시령터널이 막대한 통행료 수입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적자 늪에 빠져 있다. 2000년 개통 이후 지금까지 징수한 통행료는 900억 원을 넘어섰지만, 누적 적자는 551억 원에 달한다. 사업비의 38%인 964억 원을 민간 자본으로 유치한 결과가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재정 시한폭탄'이 된 것이다.
수익은 국민연금 이자로, 적자는 지자체 부담으로
미시령터널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수익 구조에 있다. 터널 지분 100%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수익의 대부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영상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투자금 이자율은 연 9%에서 20% 수준이며, 특히 2027년부터는 일부 후순위 채권에 대해 연 65%에 달하는 이율을 보장해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고금리 구조로 인해 개통 이후 8년 동안 단 한 번의 흑자도 기록하지 못했다. 출연자는 "기업은 결손이 누적되고, 그 누적분은 결국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보전을 받아 유지된다"며,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의 이자를 가져가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부정적인 패턴으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통행료 수입은 투자자의 이자로 고스란히 넘어가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고스란히 강원도의 몫이 되는 구조다.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이 불러올 '5,441억 원'의 재앙
더 큰 문제는 향후 발생할 재정 지원금 규모다. 강원도는 미시령터널과 체결한 협약에 따라, 목표 통행량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에 대한 재정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미시령터널의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3,300원으로, 1km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S가 단독 입수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양양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될 경우 미시령터널의 통행량은 협약 대비 83%나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단 거리인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굳이 미시령터널을 이용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강원대학교 연구팀은 강원도가 2036년까지 지급해야 할 재정 지원금이 이미 지급한 금액을 포함해 총 5,44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월 163만 원)를 기준으로 약 27,800가구가 1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이다.
부실한 수요 예측과 행정의 대응 부재
이 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은 사업 초기 단계의 부실한 행정에 있다. 1999년 작성된 타당성 보고서는 통행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민간 자본 유치의 타당성을 결론지었다. 그러나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강원발전연구원은 "강원도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대 변수인 서울-양양 동서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예측에서 배제했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제도 개선 기회도 놓쳤다. 2003년 정부는 민자도로의 운영 수입 보장(MRG) 기간을 단축하고 수입이 미달할 경우 지자체의 보장 의무를 완화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경남 김해시 등 다른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재협상을 진행하며 재정 부담을 줄였으나, 강원도는 2006년 재협상 당시 이러한 기준을 반영하지 못했다.
현재 국민연금과 사업자 측은 "예측 통행량에 따라 협약을 체결했으므로 재정 지원금을 변경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도는 재협상이나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으나, 초기 협약 당시 고속도로 개통 변수를 반영하지 못했던 탓에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책임한 행정과 예측 실패로 유치한 민자 자본이 지자체의 재정을 위협하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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